여기 보는 분들은 다 아시듯 효월에 유감이 정말 많았던지라 이번 확장팩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6년 만에 데존을 크리스타리움에서 툴라이욜라로 옮겼습니다. 

 

긴 감상은 후세터(Link)에 적었고

여기엔 후세터에 적지 않은 내용을 위주로 백업하려 한다...

❗️황금 (7.0)까지 스포일러!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당연히 아닌데 

황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기백입니다.

그래 우리 조각났다. 불완전하다. 이기적이고 툭하면 서로 싸움. 그래서 뭐?

라고 외치던 기백이 효월에선 사라지고 무려 최종장에서 기존 캐릭터 전원이 갈레말 제국민이나 고대인 앞에 머리를 조아리기 바빴던 게 가장 속이 상했거든요?

 

파판의 그 기백이 그렇게 건전하지 않은 사상의 발현임을 이젠 머리가 굵어져선 안다만ㅋㅋㅋ 그래도 영웅장르라 여전히 그게 강점이라고도 느꼈단 말임.

황금은 그런 기개를 상당 부분 되찾아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래요 각자의 명분을 가진 필멸자vs불멸자 유한한 자원을 놓고 대등하게 치고 받자고요.

 

그런 한편으로 또 문제 해결 방식 자체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냥한 점이 난 좋았는데......

여전히 얼렁뚱땅 유저편의적으로 넘어가는 부분이야 물론 언제나처럼 많았지만 황금은 아마 효월에서도 이런 걸 하고 싶었다가 망했던 거구나...! 싶던 대목이 많았어요.

이게 제작진이 드디어 방향을 옳게 잡았다는 증거라면 좋겠음.

 

이번 메인 쓴 라이터가 참여한 이야기들을 쭉 보면서 드는 생각이,

사실 막상 재앙적인 존재와의 대결을 연출하는 박력은 다소 아쉬운데 게임 장르 답지 않게 일부러 대사를 묵음처리하거나 프레임 단위로 미세하게 바뀌는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미시적인 연출에 강점이 있음.

이번 메인은 특히나 온갖 형태의 가족 이야기가 주요 소재였기 때문에 빛을 발했다고 느낌...

 

황금은 또 주요캐릭터들 대다수가 입양가정 출신인데 낳아준 부모와 마주치게 만들면서도 결국 함께 살아온 시간... 그러니까 이번 메인의 테마인 '기억'과 같이 나누는 '행복'이 진짜 가족의 선결 조건임을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는 피를 통해 이어지는 유산(축복이든 저주든)을 지적하는... 그 멜랑꼴리함이 너무 맛있었음 악!!!ㅋ

 

이건 나 개인적으로 정말 황금에 감사한 점인데...

사실 효월 들어 기존 애정캐들이 슬슬 내가 좋아하던 모습과 멀어져서 애캐라고 부르기 어려워진 상황이었음...

뭔가 최종장이라 모든 대사가 문학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듯한데 그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 전부 성격이 비슷비슷하게 처연 아니면 느끼해지고 대화 키워드만 서로 다른 캐릭터가 되어있었단 말이지.

근데 황금 라이터 캐해가 너무 쌈박해서 그들을 다시 저의 애정캐라고 자신있게 말하려 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그라하 티아.

5.3에서 기억이 융합된 이후 이시카와는 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영 감을 잡지 못했는지

이미 수정공도 그라하티아도 아닌 제3의 어떤 소심네코미미소년으로 만들었고

나는 수정공은 좋아하지만 그라하는 이대로라면 역시 최애가 아닌가 봄... 이라고 그를 단념한 차에

이번 라이터는

그래.

그는 크리스탈 타워의 그라하 티아다.

라고 선언하는 듯한 거침없는 캐해를 보여줌.

(더빙판 한정인지는 모르겠는데 민승우씨 연기톤도 이번에 유독 씩씩하다)

도움이 필요한 대목마다 전면에 나서면서도 수정공으로서의 기억을 꺼내는 데 거침이 없음...

나는 효월에서, 이쯤이면 관련 언급을 할 법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도 침묵하며 소심하기를 택하는 그를 보며 대체 1세계에서 100년간 통치자이자 레지스탕스 수장으로 군림해온 그가 맞는지 의심하였었음.

급기야 그의 변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그라하 티아'로서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니면 1세계 시절의 페르소나를 의식적으로 자제함"이라는 억지 동인 설정까지 해보려다 실패했는데

황금은 아주 납득 가능한 "수정공의 기억을 지닌 그라하 티아"를 보여줘서 만족했다...

 

각설하고... 위에 올린 곤돌라 데이트 컷씬(ㅋ)이 진짜 골때렸는데...

사실 빛전이랑 둘이 팝콘 먹을 때부터 뭐냐 이거? 데이트냐? 하다가

약혼반지 찾아주는 이벤트->그 답례로 예비 신랑이 "너희는 절대 늦어서 후회하지 말라"는 격려를 하더니 곤돌라 2인승 티켓ㅋㅋ을 줄 때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

존나 개쓸데없이 길게 잡아주는 곤돌라(심지어 꽃도 달림)출격씬... 그 위로 마침내 사랑을 이룬 그들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진심 드림 안 하는 사람들은 이 컷씬 보면서 무슨 생각했을까 눈치를 겁나 보던 찰나

 

아!!!!!!!!!!!!!!!!!!!!!!!!!!!!!!!!(+)

아 너~~~~~~~~ 무 좋았음.........

사실 앞에서도 줄곧 한 거울세계의 수장이자.. 그 이전에 그를 거울세계로 보내게 한 8재해 세계선의 원초세계 사람들의 무게를 지고 있다는 어필을 팍팍 해줬는데 이 장면이 달콤한 척 들어와서 존나씁쓸하게 귀싸대기를 팍 올려줘서 진심 너무 행복했음.......

그래! 그는 그 시절의 자기를 잊지 않았다니까?!

그리고 라하가 지키고자 한 사람은 빛전 개인 뿐이 아님.....ㅠ

나는 공빛 드림을 하고 있지만서도 그가 오직 빛전 한 사람만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했다.류의 캐해석은 뱉어내는 까다로운 오타쿠로서 그가 8재해 세계선->1세계로 이동하며 경험한 희생의 무게를 다시금 짚어줘서 행보했다.

심지어 여기에 빛전 역시 자신이 잃은 사람들을 조용히 곱씹는 듯한(허나 누구를 곱씹는지 보여주지 않는) 반응까지...

그러면서도 또 많은 희생을 진 사람들이라는 공감대로서 오히려 이 순간 그라하티아와 빛전은 긴밀하게 엮이잖아.

이것까지 너무 완벽함...

 

괜히 누구의 고록도 받아주지 않는 커뮤아이돌마냥 촉촉한 톤으로 다음엔 진짜 같이 여행하자 공수표만 날리던 그는 이제 갔다.

넌 이제 다시 나의 친구다.

 

...캐해 진짜 쌈박하다니까

분명 그들을 문 밖에 두고 가는 와중인데 오히려 이 대목에서 새벽과 우정을 다졌잖니

채팅은 무시하세요(ㅋㅋ)

 

 

이번 확팩 주역인 라마티는 그냥 모든 대목에서 좋아서 오히려 라마티에 대한 비난은 나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한다 말고는이 자리에서 적을 만한 건 크게 없는데

(말고는 더러운... CP발언 뿐이라 여기선 생략)

 

좀 얘기하고 싶은 건 이번 메인의 서브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쿠루루와 에렌빌.

엄밀히 말해 에렌빌과 나란히 언급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쿠루루는 메인스토리와 굵직한 연대기 퀘스트마다 꾸준히 얼굴을 비췄음에도 여전히 쿠루루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었단 말이지(게다가 난 결국 황금이 오기까지도 에우레카 스토리를 다 못 본 것이다...)

 

아마도 쿠루루 본인보다 갈러프쪽 설정이 더 풀릴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려 거울세계 출신이라는 생각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비밀을 품고 있던 쿠루루 본인.

뭐? 그럼 쿠루루가 새벽에서 유일하게 2/14라고?! 따위 농담을 하고 있는데

라고 말해줘서 약간 혼난 기분과 함께... 아무튼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해서 그렇지 쿠루루도 초월하는 힘을 가진 빛의 전사다....... 싶어서 이 대목 너무 좋았다.

 

.................................ㅠㅠ

막상 유전적 부모를 만났는데 마냥 반갑지만은 않고... 혼란스럽고...

당장 사실상 처음 본 여인 앞에서 엄마<라는 호칭이 입에서 떨어지지도 않는...

그 마음을 너무 알겠어서 하 또 눈물범벅

 

하 저 아이스크림 씬도 진짜 공감성 수치가 올라와서 캐 이입됐는데

결국 자기가 누군가가 사랑해서 태어났고 지켜진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세계를 구하고자 한 누군가들의 딸이자 손녀인 쿠루루 마이아 발데시온으로서 받아들인 쿠루루........

그리고 세계를 구하러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쿠루루.................

 

스샷이 안 남았는데 자기가 싸우는 방법을 익혀서 여기까지 오길 잘 했다고 이야기하는 씬에서 눈물 찔끔함

근데 진짜 좋은 게 뭔지 아세요?

쿠루루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도 딱히 뭔가 달라진 게 없다는 겁니다

넌 이미 멋진 빛의 전사야........

 

에렌빌은... 갠홈이니 가감없이 적자면 효월 당시 정말이지 인상에 안 남은 캐릭터여서(...)

이 녀석이 황금의 리세 포지션...? 과분하다... 라마티랑 CP 먹고 싶은데(얌마) 왤케 틱틱거려

정도 감상이었는데

아... 카흐키와와 함께하는 모든 장면을 거쳐 결국 그를 받아들였다

에렌빌은... 사춘기 아이구나(비에라니까 실제로 비에라 생애주기론 그쯤이 맞기도 하단다...)

 

이건 메인에서 처음으로 에렌빌을 보며 아.....! 했던 장면.

새벽과 동행하는 NPC 중에서 유일한 비전투요원이라는 건

가장 일반인에 가깝기도 하다는 거니까 이 대목에서 그와의 마음의 거리가 훅 가까워짐

 

그리고 쭉 보면 에렌빌이 모험가나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한 친절을 보여주는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튕기는 게 라마티랑 엄마거든.

이것도 가만 보면 오히려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심술궂게 대하는 거임.....

로봇이 된 엄마를 보면서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면서도 회피하려고만 하다가, 더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자 결국 엄마의 꿈을 자기가 이어받겠다고 선언한 게 너무 대견했음... 에렌빌도 에렌빌의 모험을 시작한 거야.......

그리고 앞서 간 사람의 꿈을 뒷 사람이 주워주는 건 파판14의 유구한 테마기도 하니까...

그 체현이 이번 확장팩에선 이 캐릭터들에게 제일 크게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둘을 더 사랑하게 됨...

하 나 또 눈물남

 

이하는 잡다 스샷 백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부 원초세계에선 잘 지내서 너무너무 좋았다

ㅠㅠ!!!

ㄱㅇㅇ

이건 막맵을 미는 나를 구경하러 와준 초밥(다람쥐 함유)

미코테 빛전으로 미니까 마지막 맵 파티 귀 개낌

이 연출이 너무 좋았음.....

이 연출 자첸 아모로트 때도 쓴 거지만 여긴 정말 필드조차 영영 돌아오지 않더라...

막상 100토벌전 이후 컷씬은 좀 침착(-)해져서 보다가

툴라이욜라의 장례는 축제.라고 해서 또 눈물 찔끔 났잖니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는 것<-작중에서 계속 뭔가를 나눠먹으며 웃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게 삶......의 본질이죠 ㄱㅠ 하 또 눈물남

사실 이쯤 되니 객관적 평가가 안 되는데 저는 걍 이 테마가 되게 와닿앗나 봐요ㅋㅋ

 

그리고 확팩 내내 빛전의 핵심은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말 뿐이 아니라 장면 장면으로 보여줘서 뿌듯했음.

마지막 맵에서도 그들을 보내준 방식이 위령이듯.....

대책없이 상냥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면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함 효월같은 멘헤라대잔치 말고(ㅋㅋ)

 

자신의 나라를 좋아하는 라마티와... 만난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좋았다는 베네스의 대사를 떠올리며 골랐습니다.

다만 물려받은 것이 있다는 답안지를 고민하게 한 장본인

쏟 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