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헨델 스토리~2차 각성 퀘스트까지의 스포일러 포함

 

로헨델...

소서리스로 시작하면 아는 척해주는 땅이 있다는 람님 소개만 들었었지만

그건 좀 부차적인 문제였고 이쪽 메인스토리 내내 펼쳐지는 시각적 자극에 연신 비명 질렀다...

하... 진짜 너무 아름다워... 이럴 수가? 스토리 중간중간 진행하는 인스턴스 던전 기믹도 너무 공든 느낌 가득했고 재미있었다... 

 

호감도 퀘스트 없어서 아쉬운 npc 1위

 


메인스 밀면서 계속 우리 아만 기 안 죽고 악마들 사이에서 잘 지내는지... 이러고 농담했는데

각성 2차 퀘스트가 아만 근황 퀘스트일 줄은 몰랐다...

뭐랄까 현재 플레이하는 캐릭이 자캐 커마인 탓에 드림을 퍼먹여주는 전개에 어쩔 수 없이 당혹했지만(ㅋㅋㅠㅠ)

대척점에 선 캐릭터들의 관계는 늘 좋아하기 때문에 아만이 이런 쪽으로 포지셔닝되는 건 흥미로웠습니다.

황혼의 섬에서 새벽의 사제를 쫓는 여정이라.

 

지금껏 이 게임 하는 내내 말이지 온라인 게임이 어디까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조종해도 좋은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계속 느껴졌었음. 개인적으로 이룬 것 없는 주인공을 마냥 띄워주는 류의 스토리에 극히 반감을 느끼는 편인데 또 사실 주인공 띄워주는 이야기 자체는 좋아하고 특히 이런 장르라면 필요하다고까지 여기는 편임. 요는 주인공의 업적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렸느냐...의 문제라는 거임. 주요 사건 해결에 기여한 정도나, 주변 인물의 삶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 정도 같은 걸.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아크 메인에서 줄곧 아쉽다고 느낀 건 "군단장 잡을 때마다 막타를 내가 안 침" 이거임! 늘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게 되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ㅋㅋ 가령 이런 패턴이지... 각 지역 최종전을 마치면 나오는 컷씬에서 내 캐릭터가 헉헉거리며 고전한 듯한 모습을 보여줌. 그 때 아만이든 각 대륙 네임드 토착민 npc든이 나타나서 막타를 치고 그제서야 라스보스가 절명. 그런데 이제 또 뒤에서는 내가 나라를 구했다... 이런 소리를 듣지. 그럼 난 내가 뭘 했다고...? (머뭇...) <-이렇게 되는 패턴...ㅋㅋㅋ 몇 달 플레이하면서 앞쪽 기억도 희석되고 칭호 자체에도 익숙해져서 말이지만, 일례로 왕의 기사라는 칭호도 위의 사유로 루테란을 구했다는 나의 공적을 기리는 호칭이 아닌 단순 실리안과의 친분에 대한 칭송이라는 인상이 강해서 거리감이 있었음. 막타는 실리안이 쳤으니까... 아마 제작진은 유저의 캐릭터를 어디까지 조종해도 좋은지 고민했던 거겠지. 하지만 최소 전투에 관련된 연출은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나서게끔 그려도 괜찮았던 부분이 아닐까? 실제로 플레이어가 힘과 시간을 들여 진행한 부분이 맞으니까...

 

그런 반면 이 게임은 캐릭터의 관계면에서는 또 꽤 적극적인 조종을 서슴지 않는 게 특이함. 그리고 2차 각성 퀘스트는 그게 단적으로 느껴지는 일련의 퀘스트였음. 그래서 주인공에게 어느새 아만이 그 정도의 크기였나 하고 약간 당혹스럽다고 느껴지면서도... 하지만 간만에 (아크를 찾는다는 목적이 있긴 했어도)각 대륙의 사정을 병렬적으로 소개할 뿐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종래의 메인에서 벗어나 오직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한, '메인' 다운 메인스토리로 느껴지는 퀘스트를 했다는 점에서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아만만큼 오래 주인공과 교류한 npc가 이 게임에 많이 없기 때문에 결국 아만의 발자취를 더듬는 이야기는 그와 관계 맺은 주인공에 대한 윤곽이 깊어지는 이야기도 되니까. 그리고 난 이 게임의 주인공이 어떤 면이 영웅다운지에 대한 설명에 갈증을 쭉 느꼈기 때문에. 말했지? 주인공 우쭈쭈 이야기 좋아한다니까...

 

애시당초 아만이 떠나 이리도 큰 상실감을 느낄 만큼 초반 스토리에서 주인공과 그 사이에 확고한 라포가 있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내 기준에서 조금 아쉽다고 느껴지지만 '아만은 소중한 친구이고, 그를 마음 깊이 염려한다'는... 제작진의 꽤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감정의 결론으로부터 역으로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각광받게 되는 순환이 좋았다는 얘길 하는 거임. 어쩌면 스쳐간 인연일 수도 있는 사람도 걱정해주는 아주 마음 씀씀이가 곱고 선한 인물인 거겠지. 또, 앞으로의 메인스트림이 다시 기존의 패턴으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이제 이 퀘스트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잃은 친구를 자신이 바른 길로 되돌리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모험을 이어간다"는 전제를 상상할 수 있게 됐죠. 이렇게 주인공에 대해 알 수 있는 이야기가 결국 메인이라 불릴 만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이 퀘스트들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더하여 어느 시각 매체에서나 지금 인물들이 발 딛고 서있는 물리적 공간을 이용한 연극적인 연출을 좋아하는데 2차 각성 퀘스트가 그런 연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여기에 설득된 것도 있음.

 

이 게임 하면서 계속 즐거운 것 중 하나는, 주인공 외에는 캐조종을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사이드 스토리에서 꽤 퀄리티 높은 이야기를 많이 보여준다는 거임... 난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이 이야기 중심을 꽉 잡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받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시에 조연들에게도 각자의 세계가 있다는 관점을 좋아하기 때문에(뜨아메?)... 그런 의미에서 조연 서사도 다채롭게 조망하고자 하는 이 게임의 카메라가 굉장히 흡족합니다. 

 

(이건 예전에 한 거지만 같은 맥락에서 진짜 좋았던 퀘스트ㅠ)

결국 여정~각성2차 퀘스트의 큰 골자는 주인공이 아만의 행적을 좇는 여정이지만, 작게는 또 메인스트림에서 플레이어가 걸어온 발자취를 주우며 마냥 행복하게 끝난 듯했던 메인스토리 그 이후 각 대륙에서 일 풀리는 게 마냥 순탄하지는 않지만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기세로 맞서 살아 나가는 조연들을 비춰주는 이야기기도 함. 그렇게 플레이어의 시야 바깥에서도 로스트아크의 세상이 숨쉬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게 너무 기분 좋았음... 그 과정에서 이전에 메인에서 스쳐 지나간 조연~단역 npc들을 잊지 않고 재활용해준 것도 뭉클하고.

 

이 퀘스트, 개발진 입장에선 꽤 도전이었지 싶은데, 전투와 서정 면 개입 밸런스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입에 넣어보면 은근히 나쁘지 않으니(?) 이후 메인스토리에선 확신을 갖고 정진하기를 기대함.

그렇습니다 이 두서없는 후기의 결론은 "여정~2차 각성퀘 재미있었고 지금 가슴이 촉촉해져서 이 글을 쓰고 있다"입니다.......

 

 

하고 끝맺으려니...

 

이래놓고 부러진 지팡이 보여줌?

2차 각성 퀘스트는 결국 내가 아니라 아만이 했어야 하는 거 아님?

제일 희망 필요한 건 아만이었는데 결국 희망은 주인공 혼자 찾은 거 아님?

시즌1 마지막 토벌전 보스 아만인 거 아님?

 

마음 부러뜨렸는데 남겨뒀다고 해도 되는 거임?

 

마무리는 고래를 탄 귀여운 그레이